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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의 강,해변,바다이야기

가마우지 습격사건?

 11년전 계절 감각을 잃어버린 겨울 철새 기러기가 농심(農心)을 멍들이고 있는 현장을 취재해 보도한 일이 있습니다.
 곡창지대인 강원 철원군 농민들이 막 모내기를 끝낸 5월 이었습니다.
 당시 철원군 동송읍 양지리와 오덕리 일대 논에 텃새가 되버린 기러기가 날아들어 모를 뜯어먹었습니다.
 이로인해 농민들은 모를 2∼3차례씩 다시 내는 수고를 해야 했지요.
 새벽마다 어김없이 날아드는 수십마리의 기러기 떼는 갓 모를 낸 논을 헤집고 다니며 모 밑에 붙어있는 볍씨를 쪼아 먹었습니다.
 때아닌 기러기의 습격은 해질 무렵까지 멈추지 않았습니다.
 피해면적도 무려 10여㏊에 달했습니다.
 이같은 일은 겨우내 철원평야에서 월동을 하다 3월이면 대개 번식지로 돌아가던 기러기들이 환경 변화와 풍부한 먹이 탓에 텃새화 조짐을 보이면서 발생한 것입니다.
 농민들은 궁여지책으로 모내기철에 가을 추수기에나 볼 수 있던 허수아비와 반짝이 줄까지 설치하기도 했습니다.
 철 잊은 기러기가 진풍경을 만들어 낸 셈이지요.
 이후 수년째 이같은 기러기의 행패는 잠잠해 진 상태입니다. 

춘천시 신북읍 소양5교 인근 의암호 상류에 호수안에서 자라고 있는 나무에 가마우지떼가 앉아있다. 상당수 나무들은 가마우지 배설물로 인해 이미 고사된 상태다.

 


 하지만 요즘 춘천과 속초에선 ‘가마우지’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항만 또는 암초가 많은 해안의 절벽, 하천 등에서 자주 불수 있는 가마우지는 주로 어류를 즐겨 먹습니다.
 물고기를 사냥하는 모습이 재미있어 한때 많은 사랑을 받았던 새입니다.
 물안개 사진 촬영지로 유명한 춘천시 신북읍 소양5교 인근 의암호 상류에 자라고 있던 왕버드나무 등은 2~3년전부터 민물가마우지의 습격을 받아 말라죽어 가고 있습니다.

춘천시 신북읍 소양5교 인근 의암호 상류에 호수안에서 자라고 있는 나무에 가마우지떼가 앉아있다. 상당수 나무들은 가마우지 배설물로 인해 이미 고사된 상태다.

 

 이곳엔 2010년 겨울부터 민물가마우지 10여마리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후 번식이 진행되면서 이젠 100여마리로 늘어났습니다.
 문제는 이처럼 많아진 민물가마우지가 배설물을 쏟아내면서 발생했습니다.
 나뭇가지에 흡착된 가마우지 배설물이 광합성을 방해해 나무를 고사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이미 왕버드나무 30%가량이 말라죽었고, 피해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말라죽은 나뭇가지는 밀가루를 뿌려놓은 듯 하얀 배설물이 뒤덮여 미관도 해치고 있습니다.
 사진을 찍어보니 보다 한숨이 절로 나오더 군요. 

 

춘천시 신북읍 소양5교 인근 의암호 상류에 호수안에서 자라고 있는 나무에 가마우지떼가 앉아있다. 상당수 나무들은 가마우지 배설물로 인해 이미 고사된 상태다.

 

춘천시 신북읍 소양5교 인근 의암호 상류에 호수안에서 자라고 있는 나무에 가마우지떼가 앉아있다. 상당수 나무들은 가마우지 배설물로 인해 이미 고사된 상태다.

 

아직까지 가마우지 피해를 입지 않은 춘천시 신북읍 소양5교 인근 의암호 상류의 아름다운 풍광.

 

 

 속초 8경 중 하나인 조도(鳥島)도 가마우지의 배설물로 골머리를 앓고 있기는 마찬가지 입니다.
 2008년 겨울부터 개체수가 급격하게 늘어나던 가마우지는 최근 1000마리에 육박하고 있다고 합니다.
 조도를 가득 메우고 있던 250여 그루의 해송도 가마우지 배설물에 의해 백화현상이 발생하며 60%가량이 말라 죽었습니다.
 속초시는 조도의 해송 피해를 막기위해 헬기를 동원해 물을 뿌려 배설물을 씻어내는 작업을 하기도 했습니다.
 참 어처구니 없는 일이죠.
 얼마나 피해가 심각했으면 가마우지 똥을 치우기 위해 헬기까지 동원했겠습니까.
 아직 살아 있는 해송도 빠른 속도로 고사될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가마우지로 인한 부작용은 강원도에서만 발생하는 일은 아닙니다.
 서울 한강 밤섬에도 가마우지 떼가 집단서식하고 있습니다.
 이곳에도 가마우지 배설물이 하얗게 덮여 미관을 해친다는 소식은 여러차례 방송에 소개된 바 있습니다.
 아름다운 풍광을 연출하는 숲과 나무를 포기할 것이냐.
 아니면 가마우지를 쫓을 것이냐.
 이는 섣불리 결정하기 힘든 문제입니다.
 인간의 기준에 맞춰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는 우를 범해선 안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가마우지만 생각하기엔 너무 안타까운 점이 많습니다.
 정말 가마우지와 아름다운 나무들이 함께 공존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