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랭지 채소 재배지로 알려진 삼척시 하장면은 국내 유일의 ‘붉은점모시나비’ 집단서식 입니다.
 이곳 산자락 곳곳엔 샛노란 기린초 꽃이 피어있습니다.
 다년생 초본인 기린초의 잎은 넓은 달걀 모양 입니다.
 잎 가장자리에 작은 톱니와 같은 것이 있고, 노란색 꽃의 지름은 5~7㎝ 정도 됩니다.
 두툼한 잎은 식용으로도 쓴다고 합니다.
 왜 갑자기 나비 얘기를 하다가 기린초를 거론하냐고요.
 다 이유가 있습니다.

 

 

붉은점모시나비<원주지방환경청 제공>

 

붉은점모시나비<원주지방환경청 제공>


 기린초는 다름아닌 붉은점모시나비 애벌레의 먹이식물 입니다.
 기린초 주변을 나풀나풀 날아가는 붉은점모시나비야의 모습은 참 아름답습니다.
 하장면의 붉은점모시나비 보전지역에는 울타리도 설치돼 있습니다.
 멸종위기에 처한 희귀종이라 주민들도 붉은점모시나비를 보호하는데 정성을 쏟고 있습니다.
 천적인 새가 둥지를 틀지 못하도록 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원주지방환경청은 하장면 일대의 기린초 및 엉겅퀴 군락지 2900여㎡를 보전, 나비의 개체수를 늘리기 위해 토지소유주와 임차 계약을 맺기도 했습니다.

 

 

붉은점모시나비<원주지방환경청 제공>


 붉은점모시나비의는 애벌레 상태에서 기린초를 먹이로 삼고, 성충으로 자란 후 엉겅퀴, 노루오줌 등을 밀원식물로 이용하고 있어 이같은 조치를 취하게 된 것입니다.
 붉은점모시나비는 기후변화에 민감한 한지성 곤충입니다.
 날개에 원형의 붉은색 무늬가 있어 태양의 신을 지칭하는 ‘Apollo butterfly’란 영명이 붙어있습니다.
 암수가 성충이 되는 시기가 많이 달라 짝짓기 기회가 부족한 편입니다.
 또 다른 나비와는 달리 교미가 끝난 암컷의 배 끝에는 수태낭이 생성되어 더 이상 교미를 하지 못하게 됩니다.
 멸종될 가능성이 높을 수 밖에 없죠.
 성충은 보통 2주 정도 생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붉은점모시나비<원주지방환경청 제공>


 문제는 보호대상종으로 분류된 붉은점모시나비가 희귀성으로 인해 일본 수집가들 사이에서 10만엔 이상의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불법포획 우려가 그 만큼 높은 셈이지요.
 붉은점모시나비를 불법 포획하면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2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수년전 일본인 4명이 붉은점모시나비를 불법포획하다가 적발돼 검찰에 고발된 사례도 있습니다.
 원주지방환경청이 불법 포획을 막기 위해 밀렵감시단 등과 합동으로 단속을 벌이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멸종위기야생동물 Ⅱ급인 붉은점모시나비의 개체수는 급감하고 있습니다.
 삼척시 하장면 일원에 서식하는 붉은점모시나비는 2004년 최초로 발견됐습니다.
 당시 개체수는 무려 316마리였습니다.
 그러나 기후변화와 서식환경 악화로 2010년엔 31개체만 발견되는 등 개체수가 급감했습니다.

 

 

2013년 6월 10일 삼척시 하장면에서 진행된 붉은점모시나비 방사행사.<원주지방환경청 제공>


 원주지방환경청은 붉은점모시나비 복원을 위해 (사)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에서 인공 증식한 나비를 2011년 10쌍, 2012년 20쌍을 방사했습니다.
 지난 6월 10일에도 30쌍을 추가 방사했습니다.
 또 2011년부터 매년 먹이식물인 기린초와 쥐오줌풀을 식재하고, 서식지에 대한 간벌을 실시하는 등 붉은점모시나비 서식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서식지외보전기관으로 2006년 삼척지역에서 포획한 붉은점모시나비 2쌍을 이용해 생활사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를 통해 대량 증식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원주지방환경청은 삼척시 일원에서의 붉은점모시나비 복원 성공사례를 바탕으로 내년부터는 강릉, 정선, 영월 등으로 붉은점모시나비 복원 대상지역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합니다.
 “나비 하나가 뭐 그렇게 중요하냐”고 물으실 수도 있을 겁니다.
 보호종이 점차 줄어들면 다른 생명들도 생존의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질 겁니다.
 생명은 다 소중합니다.

 

붉은점모시나비 알.<원주지방환경청 제공>

 

 

 

붉은점모시나비 번데기.<원주지방환경청 제공>

 

붉은점모시나비 애벌레.<원주지방환경청 제공>

Posted by 경향 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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