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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의 생태 이야기

수달 이름이 한효주?

 강원 화천군 하남면 거례리에 위치한 한국수달연구센터에서 자라고 있는 수달 10마리는 오는 6월 이사를 갑니다.
 2005년 3월 거례리의 폐교를 활용한 소규모 시설로 개관한 한국수달연구센터가 아시아 최초의 수달 전문연구·관리시설이란 명성에 걸맞은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했기 때문입니다.
 화천군은 지난 2006년부터 간동면 방천리 일대에 건립 중인 ‘한국수달연구센터’를 오는 6월 정식 개관할 예정입니다.
 2402㎡ 규모의 한국수달연구센터 옆엔 자연식물·수달 탐방로, 연구용및 멸종위기종섹터, 야외학습장 등의 시설을 갖춘 6만1312㎡의 생태공원도 들어섭니다.
 연구센터는 표본제작실, 생태체험교육학습장, 전시실, 연구실, 영상정보실, 소회의실, 도서보관실, 휴게실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같은 시설을 만드는데 99억여원이 들어갔다고 합니다.
 수달은 맑고 건강한 물의 상태를 판단 할 수 있는 ‘지표종’입니다.

 

 

외래어종인 배스를 먹고 있는 수달<화천군 제공>


 

 수달의 종 보존과 증식, 생태 교육, 체험 기능을 맡을 연구센터 건립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결국 수달이 살기 좋은 환경이 유지되야 인간도 더불어 행복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연구센터 소장은 1994년부터 수달 연구를 하고 있는 한성용 박사(48)가 맡고 있습니다.
 그는 1988년 경남대 대학원생 시절 일본인 학자가 우리나라의 수달을 연구하는 데 자극받아 수달과 인연을 맺었다고 합니다.
 이후 그는 1997년 ‘한국 수달의 생태에 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마산에서 거주하던 한 소장이 북한강 최북단인 화천에 오게 된 것도 산과 호수가 어우러진 청정지역에서 수달 연구를 마음껏 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물놀이 중인 수달<화천군 제공>

 센터에서 자라고 있는 수달 10마리는 저마다 독특한 이름을 갖고 있습니다.
 성질이 순한 수컷은 ‘순달’로 불립니다. ‘달송’이도 있고요.
 충남 당진에서 발견돼 센터로 옮겨진 수달 자매에겐 연예인 이름이 붙었습니다.
 다른 녀석들보다 유난히 사람을 잘 따르는 언니 수달은 지민으로, 동생 수달은 효주로 각각 불립니다.
 물론 성은 한씨 입니다.
 인기 여배우인 한효주와 한지민이 자신들과 같은 이름을 쓰는 수달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 아마 놀랄겁니다.

 

 

배스를 물고 있는 수달<화천군 제공>

 

 귀여움을 독차지 하고 있는 이들 수달이 더 좋은 환경에서 자랄 수 있다고 생각하니 기쁘기도 합니다.
 족제비과 포유류인 수달은 세계적으로 13종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수달은 몸길이 63~75㎝, 꼬리길이 41~55㎝, 전체 길이가 104~130㎝ 가량 된다고 합니다.
 몸무게는 5.8~10㎏ 정도 입니다.
 제주도와 울릉도를 제외한 한반도 전역에 분포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정확한 서식 개체수는 조사되지 않고 있습니다.

 

 

망중한을 즐기는 수달<화천군 제공>


 다만 수십년 전 시골 하천 등에서 흔히 볼수 있던 수달의 모습을 좀처럼 찾기 힘들어 진것을 보면 개체수가 크게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될 뿐이죠.
 1982년 11월 천연기념물 330호로 지정된 수달이 2012년 5월에 다시 멸종위기 1등급 동물로 지정된 것도 이같은 까닭이겠죠.
 수달은 하천의 최고 포식자입니다.
 수생 생태계 먹이사슬의 제일 꼭대기에 있는 수달의 숫자가 계속 감소하고 있다는 것은 수질이나 먹이환경이 그 만큼 나빠졌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는 셈이죠.
 수달은 하루에 체중의 10~15%에 해당하는 0.8~1.2㎏을 먹어치웁니다.
 낮잠을 즐기다 해질 무렵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 포식자로서의 모습을 나타내죠.
 한국수달연구센터에선 산천어, 메기, 배스, 미꾸라지 등을 구입해 수달의 먹이로 쓰고 있습니다.
 수달이 많아지면 토종어류의 씨를 말리고 있는 외래어종 배스를 퇴치하는데도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일부 국가에선 질이 좋은 모피를 쓰려고 수달을 마구잡이로 포획해 멸종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 그나마 수달이 남아 있는 것이 다행이죠.

 

 

한국수달연구센터 조감도<화천군 제공>


 4대강 공사로 인해 주변 환경이 점차 회복되면서 수달 개체수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는 엉뚱한 전망을 하는 정부관계자도 있습니다.
 아마 귀여운 외모 못지 않게 머리가 좋은 수달이 이 말을 들었다면 크게 웃었을 겁니다.
 대규모 공사에 따른 흙탕물을 피해 잠시 자리를 떴다가 되돌아 왔을뿐 인데 웬 호들갑을 떠냐고요
 한국수달연구센터에서 자라고 있는 수달은 문을 여는 것은 물론 수도꼭지도 혼자서 틀고 놀 정도로 영특하다고 합니다.
 ‘수달 아빠’로 통하는 센터 연구원들의 꿈은 한결 같을 겁니다.
 북한강 최상류에 서식하는 수달의 개체수가 크게 늘어 한강 하류까지 서식지가 확대되길 바라겠죠.
 이렇게 되려면 망가진 수질·생태 환경부터 바로 잡아야 할 것입니다.
 ‘수달과 인간이 함께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그리고 있는 연구원들의 꿈이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경향신문 최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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