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장한 육산의 풍모를 오롯이 간직한 가리왕산(加里王山)은 봄철 산행의 최적지로 꼽힌다.
 강원 정선군 정선읍 회동리와 평창군 진부면, 북평면에 걸쳐 있는 해발 1561m의 가리왕산은 늘 이맘때면 온통 파스텔톤으로 채색된다. 능선을 따라 피어난 다채로운 야생화는 형형색색의 빛을 발하며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가리왕산 정상에 오르면 인근 명산의 유장한 산줄기를 한눈에 볼 수 있다.<정선군 제공>


 한창 물이 오르기 시작한 천연 활엽수림대는 부드러운 산줄기와 절묘한 조화를 이뤄 탄성을 자아내고, 깊은 계곡의 폭포는 청량감을 더한다.
 특히 5월이면 희귀한 약초뿐만 아니라 곰취 등 수십종의 산나물이 지천으로 널려 미각까지 자극한다.
 많은 등산 마니아가 봄철 산행지로 가리왕산을 주저없이 택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고대 맥국(貊國)의 갈왕(葛王)이 난을 피해 은둔했던 곳이라 하여 갈왕산(葛王山) 또는 가리왕산(加里王山)으로 불린 산은 곡식을 차곡차곡 쌓아둔 ‘낟가리’ 같은 형상을 하고 있다.
 상봉, 중봉(해발 1443m), 하봉(1380.3m) 등 3개의 봉우리가 완만하게 이어져 있으나 자작나무, 구상나무, 마가목, 단풍나무 등 각종 수목이 울창한 숲을 이뤄 초보자들이 오르기에는 다소 버겁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정상의 빼어난 조망은 산행의 힘겨움을 일순간 잊게 만든다.
 가리왕산의 정상인 상봉 망운대에 이르면 태백산, 계방산, 오대산, 두타산, 청옥산, 치악산, 발왕산, 노추산, 소백산 등 주변 명산의 산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동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동해 바다의 푸른 물결도 볼 수 있어 금상첨화다.
 발 아래로 드넓게 펼쳐진 운해는 그야말로 장관을 연출한다.
 게다가 정상 평탄지대에 10m간격으로 세워진 3개의 돌탑과 간간이 눈에 띄는 주목군락도 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간다’는 주목은 언뜻 보아도 세월의 무게를 실감케 하고, 정상 표지석 옆에 자리한 삐뚠 돌탑은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여유를 갖고 꼼꼼히 둘러보면 지역민들이 왜 가리왕산 8경 중 상봉 망운대를 으뜸으로 손꼽는지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산중 골짜기마다 끝없이 이어져 있는 깊은 계곡은 수량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열목어 등 희귀어류가 다수 서식하고 있다.

 

회동계곡의 맑은 물줄기가 이끼 낀 바위사이로 쏟아져 내리며 아름다운 풍광을 연출하고 있다. <정선군 제공>


 이 중 단연 돋보이는 곳은 회동계곡이다.
 기암괴석 사이로 맑은 계류가 힘차게 흘러내리는 계곡 입구엔 ‘가리왕산 자연 휴양림’이 조성돼 있어 가족과 함께 망중한을 즐기기에 적당하다.
 휴양림 매표소 우측엔 다른 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얼음동굴’도 있다.
 수억년 전에 생성된 석회암 절리동굴로 여름철에도 찬바람이 나와 등골을 오싹하게 만든다.
 길이가 약 1㎞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 동굴 안쪽에는 삼복더위가 끝날 때까지 얼음이 차 있어 옛 사람들이 이를 많이 이용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이 밖에 가리왕산은 예로부터 산삼이 많이 나는 영산으로 알려져 심마니들의 발길이 이어지던 곳이다.
 중왕산과 상봉 사이 마항치엔 1723년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는 ‘강릉부삼산봉표(江陵府蔘山封標)’라 새겨진 비가 있다.
 이는 일반인들의 산삼채취는 물론 출입을 금지시킨 것으로 조선시대 때부터 이곳을 산삼의 주산지로 여겼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정선 | 최승현기자 cshdmz@kyunghyang.com

 

 

정상 표지석 옆에 쌓여 있는 돌탑.<정선군 제공>

 아라리’의 고장인 강원 정선의 지붕으로 불리는 가리왕산은 규모가 크긴 하나 능선이 완만한 편이어서 큰 어려움 없이 오를 수 있다.
 등반시간은 코스별로 다소 차이가 있으나 4시간10분~8시간30분가량 소요된다.
 대표적인 등반코스는 △하안미 5리 백일동~상수도 취수원~안부~중왕산~마항치~1450봉~정상~중봉~회동리 얼음굴 매표소(8시간30분) △숙암리~장구목이골 입구~정상~오잠동 갈림길~숙암리(4시간10분) △휴양림 매표소~ 심마니교~절터~능선 갈림길~가리왕산~마항치~중왕산~1160고개~하안미리(6시간30분) △회동버스종점~어은골 입구~절터~능선~가리왕산~마치치~중왕산~1160고개~하안미리~버스종점(8시간20분) 등이다.
 능선 종주 코스의 경우 산행시간만 8시간 이상 소요되는 점을 고려, 식수를 준비해 아침 일찍 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코스가 평이하나 중봉에서 가리왕산자연휴양림으로 내려서는 길은 가파른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등반객은 접근성이 좋고 숙박이 용이한 점을 들어 자연휴양림을 기점으로 삼는다.
 가리왕산 주변엔 산행 후 둘러볼 만한 곳도 많다.
 휴양림에서 35㎞가량 떨어져 있는 정선군 동면 화암동굴은 ‘금과 대자연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개발된 테마형 동굴로 피서철엔 야간 공포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인근의 화암약수터는 탄산이온, 칼슘, 철분, 등 미네랄 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어 위장병, 피부병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족을 동반했을 경우 정선아리랑의 발상지인 아우라지를 방문하는 것도 좋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 가리왕산을 찾으려면 영동고속도로 진부 IC를 빠져 나와 오대천과 나란히 이어져 있는 405번 지방도로를 따라 정선방면으로 진입하면 된다. 대중교통의 경우 서울~정선 간 직행버스를 이용한 뒤 회동리나 숙암리행 시내버스를 타면 된다.
최승현기자 cshdmz@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최승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