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겁의 세월이 빚어놓은 대자연 속살을 들여다 보는 것은 언제나 흥미롭다.
그 대상이 동굴 속에 감춰진 미지의 세계라면 더욱 그렇다.
1966년 천연기념물 제178호로 지정된 강원 삼척시 신기면 대이리 산 117번지에 위치한 대이동굴군.
이곳엔 환선굴, 관음굴, 사다리바위 바람굴(제암풍혈), 양터목세굴, 덕밭세굴, 큰재세굴, 대금굴(물골동굴) 등이 자리잡고 있다.
문화재로서 보호를 받고 있는 이 일대의 면적만 658만4969㎡에 달한다.

 

관음굴.<한국동굴연구소 제공>


이중 관음굴은 국내 석회암 동굴 가운데 가장 아름답고, 학술적 가치가 높은 동굴이다.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화려하고, 웅장하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룬다.
동굴 탐험 전문가들은 “비록 관음굴이 유고·헝가리의 카르스트지대, 중국 계림의 석회암지대, 미국 뉴멕스코주에 있는 칼스바드 지대의 동굴에 비해 규모는 작으나 독특한 형태 및 다양한 동굴 생성물을 간직하고 있어 학술적 가치가 더 높다”고 입을 모은다.
일각에서는 관음굴을 연구시범 동굴로 지정해 동굴 연구의 본산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발견 이후 일반인들의 접근을 차단한 채 미공개 상태로 남겨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관음굴.<한국동굴연구소 제공>

 

◇5억 만년 전 신비 품은 동굴의 위치 및 규모
관음굴은 행정 구역상 강원도 삼척시 신기면 대이리에 속한다.
38번 국도를 따라 삼척에서 도계 방향으로 약 20㎞ 지점에 위치한 신기면에서 서쪽으로 9㎞ 정도만 가면 찾을 수 있다.
대이리 골말 대형주차장 인근 갈매산 중턱의 절벽 아래인 해발 350m 지점에 자리잡고 있는 관음굴 입구의 크기는 폭 4.2m, 높이 3m다.
동굴의 총 연장은 1.6㎞ 정도다.
주굴의 길이는 1.2㎞, 지굴의 길이가 0.4㎞에 이른다.
수직과 수평의 기복이 반복되는 계층적(階層的) 수평동굴인 관음굴이 위치한 지대에 분포하는 암석은 고생대에 퇴적한 퇴적암류인 조선누층군에 속한다.

 

관음굴.<한국동굴연구소 제공>

 

◇관음굴의 역사·유래와 탐사 과정
다른 동굴과 마찬가지로 관음굴의 첫 발견자 역시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1662년 삼척부사를 지낸 허목 선생이 저술한 척주지에 최초의 기록이 등장할 뿐이다.
척주지에 거명된 갈매굴(葛梅窟)이 바로 지금의 관음굴이다.
백두대간 주능에서 뻣어나온 삼척시 신기면 대이리 갈매산(해발 782m) 기슭에 자리잡고 있어 이같이 기록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일대 일부 주민들은 요즘도 갈매굴이라 부른다.
관음굴에 대한 탐사는 1962년 경북산악회에서 처음으로 실시했다.
이후 1966년 문화재관리국이 종합적인 학술조사를 실시한 후 대이동굴지대 일원이 천연기념물 178호로 지정됐다.

 

관음굴.<한국동굴연구소 제공>


1987년 삼척시의 주관으로 강원대학교에서 관음굴에 대한 조사연구를 실시해 151쪽에 달하는 조사보고서를 출간하기도 했다.
조사 결과, 석회암 동굴인 관음굴은 귀중한 학술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판단돼 철저한 통제하에 보호·관리되고 있다.
전문가의 학술조사외에 단 한번도 일반인의 출입을 허용하지 않던 관음굴은 1999년 제한적으로 첫 공개됐다.
삼척시가 1999년 6월 개최한 ‘세계동굴 심포지엄’에 참가한 세계 각국의 동굴학자에 국한해 공개한 것이다.

 

관음굴.<한국동굴연구소 제공>


이밖에 일부 언론사에 의해 동굴 내부가 촬영돼 방영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일반인들은 미공개 동굴인 관음굴의 내부 모습을 2002년 개관한 삼척시 엑스포타운 내 동굴신비관에서 상영하는 아이맥스(I-MAX) 영화를 통해 보는 수밖에 없다.
이곳에서는 관음굴의 입체영상을 직경 16m의 초대형 돔 스크린을 통해 누워서 볼 수 있다.
그동안 숨겨진 관음굴의 비경을 보기 위해 70만명이 넘는 관람객들이 이곳을 찾았다.
삼척시는 관음굴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자 여름 피서기간 동안 I-MAX 영화관 상영 횟수를 하루 3회에서 5회로 확대하기도 했다.

 

관음굴.<한국동굴연구소 제공>

 

◇동굴의 형태 및 특성
카르스트 지형계의 하나인 석회동굴의 형성은 일차적으로 동굴 주변지역의 지형·지질과 수층의 이동 등에 영향을 받는다.
탄산염암이 지하수에 의해 용식되면서 형성된 지하 공동(空洞)지형인 셈이다.
석회암 동굴인 관음굴은 전체적으로 남서 방향의 계층적(階層的) 수평굴로 발달돼 있다.
아직도 석순, 석주, 종유석 등이 자라고 있는 살아있는 석회동굴이다.
동굴류의 유출뿐 아니라 동굴생성물이 생장하고 있는 활굴(活窟)이란 얘기다.
수평굴이나 4단계의 계단상 동굴 형태를 갖추고 있다.
단층에 따라 발달하고 있는 주굴은 천장의 높이가 약 20여m에 달하는 곳도 있다.
동굴 위에서는 연중 동굴류가 흘러내린다.
우기때 동굴류의 유출량은 하루 약 1만500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지하수가 철철 흐르면서 동굴 내부엔 낙차가 3~12m에 달하는 폭포가 4개나 있다.

 

관음굴.<한국동굴연구소 제공>


제1폭포와 제2폭포는 비교적 접근하기 용이하다.
하지만 제3폭포와 제4폭포의 경우 경사도가 심해 등산장비 없인 암벽 등정이 불가능하다.
특히 제4폭포는 높이가 9m에 달해 일반 탐사대의 접근도 거의 불가능한 상태다.
제4 폭포에서 막장까지는 여전히 미지의 암흑세계다.
신비한 동굴생성물로 형성된 아름다운 경관은 제3폭포 상류에서부터 시작된다.
벽면에 웅장하게 발달한 2~3단의 선반(terrace)은 동굴 형성과정을 해석하는데 귀중한 자료가 된다.
동굴의 계단상 폭포 밑엔 광장이 발달돼 있다.
제4폭포(옥문폭포)하부에 형성된 광장의 규모는 길이 40m, 폭 18m, 높이 22m에 달한다.
대체로 천장부가 좁고 높은 쐐기 모양을 이루고 있는 것이 이 동굴의 특징이다.

 

관음굴.<한국동굴연구소 제공>

 

◇태고의 자연이 빚어낸 아름다움의 결정체, 동굴생성물
시간이 빚어낸 경이로운 작품이 바로 동굴생성물이다.
불과 1㎝의 석순이 자라는데 수만년의 세월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감동 그 자체다.
관음굴엔 웅장하고 다양한 동굴생성물이 완벽한 원형(原形) 상태로 보존돼 있어 감동을 더한다.
이 동굴 내부엔 초기 단계에서 형성되는 종유관을 비롯해 종유석, 석순, 석주, 유석, 동굴산호, 동굴진주, 곡석, 석화, 베이컨시트, 석회화 단구 등이 산재해 있다.
벽면 선반상에 발달한 유석이 장관을 이룬다.
관음굴은 입구에서 가까운 곳에 자리잡고 있는 ‘공포의 소(沼)’ 등 곳곳에 동굴호(湖)가 발달돼 있다.
길이 25~50m, 폭 8~9m, 깊이 2~5m에 이르는 이 호수들은 동굴내부로 향하는 발길을 좀처럼 허락하지 않는다.

 

관음굴.<한국동굴연구소 제공>

 


‘공포의 소’ 천장에는 태고의 모습을 간직한 유석, 커튼, 석순, 종유석 등이 절묘한 조화를 이뤄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종유관, 종유석, 석순, 석주, 동굴진주, 베이컨시트 또는 커튼은 천정으로부터 떨어지는 물에 의해 형성된 것들이다.
벽면 혹은 경사면을 흐르는 물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은 유석이고, 동굴바닥이나 완만하게 흐르는 물에 의하여 형성되는 것이 휴석, 붕암이다.
이밖에 기저부로부터 스며나오는 물에 의해 곡석, 동굴산호, 석화, 동굴방패 등이 형성되고, 동굴바닥의 정체된 물 속에선 동굴산호가 만들어진다.
‘공포의 소’를 지나면 높이 1~2m의 낮은 광장인 ‘꿈의 궁전’이 나타난다.
이곳은 높이 3m의 제1폭포와 어우러져 신비함을 더해준다.
‘꿈의 궁전’ 안에는 맑은 석간수가 고여있고, 그 천정에는 수 많은 상데리아 모양의 종유관과 종유석군이 매달려 있다.
제3폭포 상류에는 종유관, 종유석, 석순, 석주 등 각종 동굴 생성물이 아름다움의 극치를 이룬다.
검푸른 심연(深淵)을 이루고 있는 절경인 제 4폭포(일명 옥문폭포)는 높이가 9m에 달한다.

 

관음굴.<한국동굴연구소 제공>


제 4폭포 하부에는 대규모 광장이 있다.
이외에도 관음굴에는 석회화 단구 등도 잘 발달돼 있어 국내에서 가장 학술적 가치가 높은 동굴로서 평가되고 있다.
관음굴에서 발견된 동굴생물은 환경지표종인 꼬리치레 도롱뇽을 비롯해 노래기와 곱등이, 민물가재, 장님나사조개 등 14목 24종이다.
동굴내부에 항상 동굴류가 흘러내리고 있어 동굴생물은 다른 석회암 동굴에 비해 다소 빈약한 편이다.
동굴전문가들은 관음굴을 후손에게 온전히 물려 줘야 할 경이로운 자연유산이라고 주저없이 말한다.
이곳이 공동 형성 후 동굴생성물의 생장과 퇴화, 지하 생태계의 진화 또는 퇴화 과정을 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Posted by 경향 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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