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화 피고지는~ 섬마을에~ 철새따라 찾아온 총각 선생님
 19살 섬색시가 순정을 바쳐, 사랑한 그이름은 총각 선생님
 서울~엘랑 가지를 마오 가~지 마오
 구~름도 쫓겨가는~ 섬마을에~ 무엇하러 왔는가 총각 선생님
 그리움이 별~처럼 쌓이는 바닷가에 시름을 달래보는 총각 선생님
 서울~엘랑 가지를 마오 떠나지 마오.’

 

 엘리지의 여왕 이미자(72)가 1967년 부른 ‘섬마을 선생님’의 가사는 구슬픕니다.
 순정을 바쳐던 총각 선생님을 서울로 떠나보내야 했던 섬마을 처녀의 마음은 얼마나 아팠을까요.
 전 이 노래를 들을 때 마다 어머니의 손을 잡고 해당화가 흐드러지게 핀 해변을 걷던 옛 추억을 떠올립니다.

 

해당화.<경향신문 DB>


 섬 마을 처녀 보다 해당화를 먼저 생각하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불과 30~40년전까지 동·서·남해안의 해변가 곳곳에 군락을 이루고 있던 해당화는 요즘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귀한 존재가 됐습니다.
 속절없이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라고 할까요.
 그래서 감성을 자극하는 노래를 들으면서도 ‘해당화’를 먼저 떠올리나 봅니다.
 해당화 군락의 주된 훼손 원인은 해안선을 따라 이뤄진 각종 개발사업과 군사 시설 조성 등이 었습니다.
 중장비가 마구잡이식으로 해안가를 드나들면서 대부분 해당화 군락지는 사라지게 됐습니다.
 해당화가 당뇨 등에 효험이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몰래 뿌리째 채취하는 사례도 많아 한때 멸종위기에 처하기도 했습니다.
 강원도내에서는 1990년대 동해안의 명물인 해당화를 지키기 위한 ‘고향 바닷가 해당화 심기 운동 추진위원회’가 결성되기도 했죠.
 하지만 시민 단체들이 발벗고 나서 어렵게 조성해 놓은 해당화 군락지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훼손행위가 이어지다 보니 주민 모두가 감시자로 나서야 할 상황이 되기도 했습니다.
 최근 해당화 등 해안사구의 자생식물을 보호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자 자치단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푸른 바다와 흰 백사장, 붉은 해당화가 어우러진 동해안의 옛 정취를 되살려 보자는 취지에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지요.

 

경포해변 해안사구식물 복원지.<강릉시 제공>

 

갯메꽃,통보리사초.<강릉시 제공>

 

 

경포해변 자생식물인 해란초.<강릉시 제공>

 

 강릉시는 지난달 경포해변과 강문해변 1134㎡에 해안사구 식물 1만720그루를 심었습니다.
 이번에 식재된 해안사구 식물은 갯방풍, 갯메꽃, 갯완두, 갯씀바귀, 갯그령, 해란초, 참골무꽃, 보리사초, 순비기나무, 해당화 등 10종으로  대부분 동해안에서 자생했던 종들입니다.
 또 옛 해안사구 식물 서식지에 이같은 자생종을 심고,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보호울타리와 종합안내판을 설치하기도 했습니다.
 갯방풍 4500 그루는 강릉시 농업기술센터에서 양묘한 것입니다.
 갯방풍의 뿌리를 캐서 말린 방풍(防風)은 한방에서 해열, 진통, 진해거담 용 약재로 쓰고 있고, 잎은 말려서 나물로 먹기도 합니다.
 조선시대 최초 음식 품평서인 ‘도문대작’에도 방풍죽에 대한 얘기가 나옵니다.
 강릉지역에선 갯방풍을 이용한 막걸리도 생산되고 있습니다.
 갯방풍은 강릉, 동해, 양양 등지의 해변 모래사장에서 자생하던 미나리과의 식물입니다..
 하지만 중풍예방에 탁월한 효험이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무분별한 채취로 멸종 위기에 처했습니다.
 해당화와 같은 처지가 된 셈이지요.

 

갯방풍.<강릉시 제공>


 강릉시는 이같은 해안식물을 어렵게 구해 전국 최초로 ‘해안사구식물 생태복원 시범지’를 조성했습니다.
 또 이번에 복원한 해안사구 식물 서식지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해 효과가 좋으면 하시동·안인사구 생태경관보전지역 등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해안사구(海岸砂丘)는 해류나 파도에 의해 운반된 모래가 바람의 작용으로 해안에 구릉모양으로 쌓여서 만들어진 모래언덕 입니다.
 이곳에서 자라는 해안사구식물은 열악한 환경에 적응해 강한 모랫바람에서도 잘 견뎌내는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땅속 줄기’나 ‘기는 줄기’가 잘 발달돼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인위적으로 훼손하지 않는다면 다시 군락을 이뤄 아름다운 풍광을 연출할 것입니다.
 잘 보전된 자연환경이 가장 좋은 관광자원이 되는 시대 입니다.
 해당화와 갯방풍 꽃이 피고 지는 동해안 해변을 따라 생태탐방을 하는 아이들의 행렬을 떠 올려 봅니다.
 저만의 욕심일까요.
 눈으로만 감상하고, 꺽지 않는다면 가능한 일입니다.

Posted by 경향 최승현